건강관리/질병 없는 삶

여성호르몬 요법 새 지침… 폐경 초기 시작해 5년 안에 끝내라

leehe2359 2009. 8. 25. 17:09
폐경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호르몬 요법의 '가이드 라인'이 새로 마련됐다. 대한폐경학회는 '여성호르몬 요법은 7년까지 유방암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으며, 60세 이하 건강한 폐경 여성의
심혈관 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여성호르몬 요법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이는 세계폐경학회(IMS)와 북미폐경학회(NAMS)가 지난해 내놓은 여성호르몬 요법에 대한 새로운 지침에 따른 것이다. 세계폐경학회가 만든 새 지침의 요지는 '여성호르몬 요법을 폐경 초기에
가능한 빨리 시작하고, 5년 안에 끝내며, 호르몬의 용량을 기존의 절반 정도로 적게 쓰라'는 것이다.

김진홍 대한폐경학회 회장(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여성호르몬 요법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져 환자들이 불안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열린 2009 대한폐경학회 춘계 학회의 핵심 주제도 여성호르몬 요법이었다. 
 
◆여성호르몬 효과 논란의 전말

여성들이 폐경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여성호르몬을 인위적으로 투여하면 안면홍조, 질 건조, 불면증,
우울증 등 폐경 증상을 줄여주고 심장병,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1960년대부터 여성들에게 사용됐다.
하지만 지난 2002년 미 국립보건원의 '여성건강 선도연구(WHI)'가 나오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이 연구의 요지는 여성호르몬 요법이 뇌졸중(41%), 관상동맥 질환(29%), 유방암(26%)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종전의 주장을 뒤집는 이 연구가 나온 뒤 환자들은 "호르몬 치료
받았다가 유방암에 걸리면 누가 책임지냐"고 항의하는 등 혼란에 빠졌다.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겠다는 사람은 급감했다. 뜨거운 논란 끝에 2003년부터 WHI를 분석한 후속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폐경학회가 '조건에 맞게 쓰라'는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호르몬 요법의 핵심은 나이

여성호르몬 요법에 대해 전문가들이 '쓰라'는 쪽으로 지침을 마련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WHI에서는 '나이'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 여성건강 선도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63세였던 반면, 50~54세 여성은 13%에 불과했다.
폐경 10년 이상 지난 사람들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폐경 직후인 50대 초반 여성들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이 마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처럼 돼 있지만 이를 연령별로 세분할 때 50~59세 여성들에게는 오히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만 폐경 직후 여성이라도 고혈압,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질환이 있으면 여성호르몬 요법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유방암 위험 정말 없나?

여성건강 선도연구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여성호르몬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폐경 증상으로 불편을 겪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선뜻 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유방암 위험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결과들을 보면 여성호르몬 요법이 유방암의 위험을 약간 높이긴 하지만 '무시할만한
수준'이다. 여성호르몬 요법을 5년간 받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1000명 당 1.8명)은 호르몬 요법을
받지 않은 일반 여성의 약 1.3배 수준. 하지만 이 정도의 위험도는 30세 이후 첫 출산 여성의
위험도와 같은 수준이다. 빠른 초경(初經)의 유방암 위험도(1.6배), 비만(1.8배), 직계가족 1명
유방암(2.2배), 직계가족 2명 유방암(14배) 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김탁 교수는 "유방암이 걱정된다면 여성호르몬 요법을 걱정하기 보다 살을 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홍 교수는 "여성호르몬 요법을 할 때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에 대한 검사를 6개월~1년에 한번씩 받기 때문에 암을 조기 발견하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50대에 여성호르몬 요법을 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11%나 감소하지만, 70대에 하면 오히려 질환 위험이 8%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